숲노래 그림책그림책시렁 428《으악, 도깨비다!》손정원 글유애로 그림느림보2002.8.31. 도깨비가 무서울 까닭이 없는 줄 알려준 어른을 못 만나면서 자랐습니다. 아니, 도깨비란 무엇인지 제대로 짚을 줄 아는 어른을 만난 일이 없습니다. 옛이야기에 나오는 도깨비는 말해도, 막상 오늘날에는 도깨비 따윈 없다고 말하는 어른만 수두룩했습니다. 한겨레 도깨비는 모습도 몸도 얼굴도 따로 없으나, 이를 옳게 헤아려 밝힌 어른을 본 일조차 없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일본 오니’를 마치 ‘한겨레 도깨비’라도 되는 듯이 엉터리로 그리는 어른만 가득하더군요. 참말로 이제라도 알아차리는 이웃이 늘면 좋겠는데요, 한겨레 도깨비는 두 팔도 아니고 외팔도 아닙니다. 두 발도 아니요 외발도 아니에요. 두 눈도 아니지만 외눈도 아닙니다. 더구나 방망이도 안 들고 ‘찢어지고 짧은 가죽을 아랫도리로 두르지’도 않아요. 이 모습은 몽땅 일본 오니입니다. 한겨레 도깨비는 오직 ‘불’로만, ‘넋’으로만 있습니다. 이렇게 떠돌다가 어디에든 맘대로 깃들어 ‘사람이 바라는 모습’을 보여주지요. 《으악, 도깨비다!》는 줄거리를 재미나게 짜기는 했는데, 막상 도깨비가 무엇인지는 말하지 않네요. 도깨비 그림책이 아닌 ‘장승’ 그림책이군요. ㅅㄴㄹ.
화려하고 눈부신 색상의 삽화가 눈에 띄게 아름다운 장승마을 장승 친구들의 이야기를 만나봅니다. 신체의 특이한 부분을 이름삼아 장난치고 있는 장승 친구들을 좀 보세요. 앞니가 커서 뻐덩니, 주먹코를 가지고 있어 주먹코, 키가 커서 키다리, 자신이 제일 잘났다고 생각하는 멋쟁이 왕자병 등 재미있게 생긴 정승 친구들입니다. 매일 함께 서 있는 장승 친구들이 어떤 우정을 우리 친구들에게 보여 주는지 그들의 우정 세계를 보여줍니다.
밤이 되면 팔과 다리가 생겨 자유로와 지는 친구들은 기다리던 옹기나르기 시합을 합니다. 멋쟁이 좀 보세요. 자신의 얼굴이 어떻게 될까봐 손을 번쩍 들어 힘들게 옮기더니 꼴등을 했지요. 친구들은 모두 멋쟁이 장승을 놀렸고, 숨바꼭질을 하다가 닭이 울자, 장승들은 한 자리에 모였지요. 하지만 멋쟁이가 보이지 않았어요. 너무 꼭꼭 숨어 닭이 우는 것을 듣지 못한거였지요. 멋쟁이는 이제 밤이 되어도 움직일 수 없었고, 친구들도 멋쟁이 곁에 오래도록 있을 수 없었지요. 그러다가 큰일이 생겼지요. 멋쟁이가 보이지 않았지요. 누구의 손에 잡혀간 것이 분명한 멋쟁이. 자신들도 당하기 전에 피하자는 쪽과, 멋쟁이를 찾아야 한다는 쪽으로 갈라졌지요. 하지만 키다리의 한 마디로 모두 하나가 되어 멋쟁이를 찾았어요.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마을을 지키게 된 것이 마냥 행복하기만 한 장승 친구들입니다. 그런데 누가 도깨비라는 얘기지요? 책 속으로 들어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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