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다 미리의 작품을 읽어본 여성 독자라면 그녀가 ‘일본 여성들의 정신적 지주로 떠올랐다’는 출판사의 홍보 문구가 절대 과장된 것이 아니란 것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책장을 넘기며 섬세하다 못해 내 마음속을 들락거린 것 같은 문장에 깜짝깜짝 놀라는 경험을 한 두 번 한 것이 아니다. 1969년 생, 미혼인 그녀는 1981년 생 기혼인 나에게도 정신적 지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작년 6월, 그녀의 첫 번째 소설집 「5년 전에 잊어버린 것」이 출간되었다. (일본에선 2013년 출간) 일본의 한 출판사 편집부에서 관능소설 특집이라는 주제로 단편소설을 써달라는 청탁에 표제작 〈5년 전에 깜빡 잊어버린 것〉을 쓰고, 두 번째로 〈두 마리 새장〉을 썼다고 한다. 책에는 이 두 편을 비롯하여 ‘문’, ‘섹스하기 좋은 날’, ‘데니쉬’ 등 총 10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그 중에서〈두 마리 새장〉은 내가 최고로 꼽는 작품이다.
주인공 미타와 요시키는 결혼을 앞둔 커플이다. 미타는 회사 직원들과 골프 연습장에 들렀다가 본격적으로 골프를 배우기로 한다. 그곳에서 만난 스기우라씨는 매너 좋고 부드러운 남자로 그녀에게 골프를 가르쳐주기도 하고 격려하기도 하는 사람이다. 그 무렵 미타는 요시키와 사소한 일로 번번이 싸운다. 급기야 웨딩드레스를 고르러 가는 일로 크게 다툼을 벌이게 되고, 미타는 요시키와의 전화를 끊은 뒤 ‘나한테는 스기우라 씨가 있어’라고 생각한다.
〈두 마리 새장〉은 이미 손에 넣은 새와 손에 넣을 수 있는 새를 두고 저울질 하는 결혼 전 여성의 심리를 그린 작품이다. 때론 애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올 때가 있다. 그와 함께 있는 상상도 해보고, 어떤 경우에 과감히 함께 차를 마시기도 한다. 그러나 곧 오래된 연인이 새로 만난 사람보다 더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것은 함께 공유한 시간의 무게 때문이리라. 〈두 마리 새장〉의 미타 역시 그랬다. 결혼할 애인이 있지만 새로운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그 사람이 자신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자신의 애인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깨닫게 된다. 여자는 때론 역설적인 방법으로 사랑을 확인하곤 한다.
‘요시키와 함께 있는 나는 찌이지이 울지 않는다. 나는 언제라도 내 목소리를 낸다.’
오랜 연인과 함께 있을 때 가장 좋은 점은 ‘꾸미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이어도 괜찮다는 것이다. 미타는 그것을 새로운 사람을 통해 깨닫는다.
마스다 미리는 평범한 스토리에 현실감과 여성의 미세한 심리를 담아내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 그녀의 작품을 통해 그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을 드러내는 일은 꽤 유쾌한 일이다. 마치 습도 높은 날에 빨았던 옷가지를 볕 쨍쨍한 한 낮에 다시 바짝 말리는 기분이랄까..
한국의 여성독자로부터도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는
만화 〈수짱〉의 마스다 미리가 그려낸 어른스러운 사랑 풍경
남자와 여자의 소소한 나날,
거기에 야한(?) 얘기를 약간…….
만화로는 미처 다 그려낼 수 없었던
착하고 속 깊은 이야기입니다.
_마스다 미리
한국 독자 여러분께 드리는 편지
마스다 미리, 단독 인터뷰
5년 전에 깜빡 잊어버린 것 11
두 마리 새장 29
문 45
섹스하기 좋은 날 67
데니쉬 81
머스코비 99
둑길의 저녁노을 115
각설탕 집 131
버터쿠키 봉지 151
쌍둥이바람꽃 167
역자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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