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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내 최애 방송 프로그램 중 하나인 『알쓸신잡』 에서, 그 매력을 뽐내셨던 유현준 교수님. 이후 『양식의양식』에서도 또 색다른 매력을 뽐내셔서 단디 반했더랬다. 언제 한번 유현준 교수님 책을 읽어야지 하다가, 회사 북클릭으로 두 달 연속 유현준 교수님 책을 선택했다. 하나는 지금 포스팅하는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와, 나중에 포스팅할 「어디서 살 것인가」. 이 책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는 알쓸신잡에서, 유현준 교수님이 여러번 이야기 했던 ‘도시’라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다. 크게 보면 시대의 변화에 따른 도시의 변화상, 사람이 살기 좋은 도시는 어떤 것인가,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는 도시의 모습, 뭐 이런 이야기랄까?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에 공통점은 바로 ‘사람’이다. 모든 도시는 그 곳에 사는 사람에 따라 변화되었고, 변화되고 있으며, 변화할 예정이기 때문이다.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도시 시흥, 여기도 참 많이 변했다. 내가 시흥 땅에서 산지도 벌써 15년이 훌쩍 넘었는데, 이 15년간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처음 시흥에 왔을 땐, 시흥 도심부로 들어오는 길에 논/밭이 가득했다. 그야말로 초록초록한 벌판이었다. 도심부로 들어오면 언덕배기에는 판자촌이 있었다. 거기다 건물들이 전부 낮았기에, 고개를 조금만 들어도 바로 파란하늘이 보였다. 하늘이 맞닿는, 그야말로 하늘과 가까운 동네였다.하지만 15년의 시간동안 시흥은 너무나 많이 변했다.우리의 옛 도시 속에서 다른집에 갈 때는 골목을 따라서 집을 찾아간다. 하지만 아파트에서는 복도나 엘리베이터를 통해서 길을 찾는다. 아파트 단지에는 골목은 없고 복도만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골목과 복도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그 근본적인 차이는 하늘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우리의 대형 아파트 단지는 우리에게서 우리 머리 위의 하늘을 빼앗아갔다. p 055도시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스카이라인 대신 지평선이 있었다. 그때 우리는 땅과 하늘이 만나는 자연의 선을 보며 살았다. 과거 인간은 자연과 자연이 만든 지평선을 보면서 아침을 맞이하였으나, 현대 시대에는 아침에 눈을 떠서 주변을 둘러보면 인간이 만든 건축물들과 자연인 하늘이 만나는 것을 본다. 도시에서는 높은 건물과 낮은 건물이 어우러져서 복잡한 선을 만들고 있다. 신은 지평선을 만들고 인간은 스카이라인을 만든 것이다. p 061내가 시흥에 처음 발을 들였을때, 신도시라고는 정왕동 인근, 그러니까 시화신도시 하나였다. 시화신도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은 옛 정취를 가득 담고 있는 동네들 뿐이었다(가끔은 너무 시골같은 느낌이 들때도 있었지만). 하지만 지금은 배곧신도시, 은계신도시, 심지어 시흥 곳곳에 불어오는 재개발 바람이 불어오며 시흥은 변했다. 과거에는 외곽에서 시흥으로 진입하면 항상 푸른 논과 밭이 나를 반겼는데, 이제는 하늘 높이 솟은 아파트 단지가 가득가득하다. 도심으로 들어와도 역시나 아파트단지가 즐비하다. 이런 신도시 바람, 주거생활에 변화는 오로지 사람들의 선택에 따라 변한다. 조금더 편리한 생활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주택이나 빌라보다는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주택단지는 도태되거나, 평가 절하되고, 결국엔 허물고 그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 이 모든게 사람들의 선택에 따라 변화된 것이다. 한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그 당시의 건축 기술력, 문화적 가치, 경제적 배경 등 여러가지 요소들이 합쳐져서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예술이다. 500년 전 서울의 스카이라인은 도성 주변으로 둘러싸고 있는 북한산, 관악산, 남산 같은 산에 의해서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을 가지고 이썼다. 하지만 지금은 무분별하게 건축되어지는 고층 건물에 의해서 이러한 산 능선의 선들이 계속 잘려 나가고 있다. p 065그렇게 수많은 동네가 ‘낙후’된 지역이라는 낙인이 찍혔고, 신도시(아파트) 재개발에 들어갔다. 내가 살던 집도 그 중 하나기도 했고. 그 덕분에 예전엔 고개만 살짝 들면 바로 보였던 하늘이,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거라곤 아파트, 그리고 아파트, 또 아파트. 그리 쉽게 보였던 하늘이, 이제는 고개를 뒤로 확 꺽어야만 겨우 보인다. 눈 앞이 탁 트였던 동네가, 이제는 성벽안에 갇힌 것만 같은 폐쇄적인 공간으로 변해버렸다. 거기다 시야의 답답함도 추가되었고. 이제 우리 동네는 그저 삭막하고 답답한 아파트 군락만 있을 뿐, 항상 바라보던 하늘이 사라졌다. 하지만 누굴 탓하리, 이런 말을 하는 나 조차도 곧 신축아파트로 이사갈 계획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늘을 보는 삶을 선택한다면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해야하고, 하늘을 포기한다면 편리하고 쾌적한 삶을 살 수 있는 것. 나도 사람인지라 결국 하늘을 포기하고, 쾌적한 삶을 위해 아파트를 선택하고야 말았다.그럼에도 난 우리의 주거문화가 ‘아파트’라는 하나의 형태로 고정되어 가는 모습이 슬프다. 동네 골목길에서 만나던 그 정취를 이제 더이상 느낄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어렸을 적 동네에서 친구들끼리 뛰어놀고, 이 집 저 집 돌아다니던 그 때가 그립다.

도시는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을 닮는다도시는 단순히 건축물이나 공간들을 모아 놓은 곳이 아니다. 도시는 인간의 삶이 반영되기 때문에 인간이 추구하는 것과 욕망이 드러난다. 이 책은 자신들이 만든 도시에 인간의 삶이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 과연 더 행복해지는지 아니면 피폐해지고 있는지 도시의 답변을 들려준다. 도시는 과연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추천사
머리말

제1장 왜 어떤 거리는 걷고 싶은가
강남 거리는 왜 걷기 싫을까? / 명동엔 왜 걷는 사람이 많을까? / 공간의 속도 / 카페 앞 데크는 왜 거리를 좋게 만드는가?

제2장 현대 도시들은 왜 아름답지 않은가
휴먼 스케일, 카오스적인 도시, 간판 / 옛 도시 : 통일된 재료와 지형에 맞추어진 다양한 형태 / 골목은 없고, 복도만 있다 / 머리 위 하늘을 빼앗긴 도시 / 빨래가 사라진 도시 / 스카이라인 / 감정 시장

제3장 펜트하우스가 비싼 이유
감시받는 사회 / 공간과 권력 / 펜트하우스가 비싼 이유 / 클럽에 왜 문지기가 있을까? /
감시는 나쁘기만 한가? : 광장과 운동장 / 호텔과 모텔 사이 / 면적 vs 체적

제4장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뉴욕 이야기
로프트, 예술가, 부동산 / 깨진 유리창의 법칙 / 냉장고와 건축 / 도시 개발업자의 비밀 무기 / 도시 재생, 생명의 사이클 / 죽은 시설의 부활 : 하이라인 공원 / 지루한 격자형 도시 뉴욕은 어떻게 성공했는가? / 남대문은 고려청자와 무엇이 다른가?

제5장 강남은 어떻게 살아왔는가 : 사람이 만든 도시, 도시가 만든 사람
도시는 유기체 / 아메바부터 척추동물까지 / 진화하는 도시 : 로마, 파리, 뉴욕 / 화폐 속 건축가 / 강남과 북한

제6장 강북의 도로는 왜 구불구불한가 : 포도주 같은 건축
층층이 퇴적된 삶의 역사 / 소주·포도주의 건축학 / 복합적 삶, 유일한 땅, 지혜로운 해결책 / 베트남 기념관 : 역사와 땅과 사람을 이용한 디자인의 백미

제7장 교회는 왜 들어가기 어려운가
불편한 교회, 편안한 절 / 공간 구조와 종교 활동의 상호관계 : 유대교에서 기독교로 / 불교 사찰, 이슬람교 사원

제8장 우리는 왜 공원이 부족하다고 말할까
공원의 역사 / 거실과 골목길 / 우리가 TV를 많이 보는 이유 / 남산과 센트럴 파크 / 한강과 고수부지

제9장 열린 공간과 그 적들 : 사무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근로 공간의 탄생과 비밀 / 소돔과 고모라 / 시계탑 / 자리 배치의 비밀, 부장님의 자리 /
공공의 적, 형광등 / 집보다 자동차를 먼저 사는 이유

제10장 죽은 아파트의 사회
카페와 모텔이 많은 이유 / 한강의 만리장성 / 아파트와 돼지 / 아파트와 재개발 / 집 크기 / 가족애를 위한 아파트 평면 만들기 / 줄기 세포 주택

제11장 왜 사람들은 라스베이거스의 네온사인을 좋아하는가
기호 해독 / 정보로서의 건축 / 왜 인터넷 ‘공간’이라고 부르는가? / 동물로서의 인간, 동물 이상의 인간 / 클럽과 페이스북 / 몸, 심리, 건축

제12장 뜨는 거리의 법칙
코엑스 광장엔 사람이 없다 / 지하 쇼핑몰의 한계 / 죽은 광장 살리기 / 신사동 가로수길 /
세운상가와 샹젤리제 : 건축가들이 흔히 하는 두 가지 실수 / 시간은 공간 / 덕수궁 돌담길

제13장 제품 디자인 vs 건축 디자인
제품과 건축 / 자동차와 건축 / 「명량」과 건축 / 유재석 같은 건축 / 위상기하학과 동대문 DDP / 그래비티

제14장 동과 서 : 서로 다른 생각의 기원
바둑과 체스의 공간 미학 / 알파벳과 한자 / 동양의 상대적 가치 / 서양의 절대적 가치 /
개미집과 벌집 / 空間과 SPACE / 한식 밥상과 코스 요리 / 테이블과 마루 / 장마와 건축

제15장 건축이 자연을 대하는 방식
성 베네딕트 채플 : 자연과 대화하는 건물 / 두 주택 / 아사히야마 동물원 / 자연에 양보하는 잠수교 / 시간의 이름 / 옹벽의 역사 / 옹벽과 동 / 보이지 않는 벽 / 울타리 /
한국의 정자 : 자연과 대화하는 건축 / 한국적이란?

맺음말
미주
도판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