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서연이 알아?”는 6개의 단편 동화가 실린 동화집이다. ‘돌아라 초밥, 불어라 바람’, ‘차가운 벽’, ‘어느 기억’, ‘주문을 외워’, ‘비교 여왕 만세’, ‘보았어’의 여섯 편의 단편 동화가 실려 있다. 이 책의 제목이 “너 서연이 알아?”인 이유는 각각의 이야기의 주인공이 (성씨가 다른) 서연이기 때문이다. ‘돌아라 초밥, 불어라 바람’에는 민서연이 나오고, ‘차가운 벽’에는 이서연이 등장한다. 또, ‘어느 기억’에는 최서연이……. 이런 식으로 이 책에는 다양한 서연이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작가의 말에는 작가 본인이 어린 시절 ‘어항 깬 혜정이’로 불렸다고 적혀 있다. 나도 어린 시절 비슷한 경험이 있다.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우리 반에 전학생이 왔는데, 이름이 똑같았다. 성마저 똑같았다. 전학생은 키가 크고 날씬한 여자 아이여서, 전학생은 ‘전학 온 ○○이’ 또는 ‘큰 ○○이’가 되고, 나는 ‘그냥 ○○이’, 또는 ‘작은 ○○이’가 되었다. 전학생을 부를 때 내가 돌아보고, 나를 부를 때 전학생이 돌아보기도 해서 짓궂은 남자아이들은 이름을 가지고 놀리기도 했다. 그때는 그게 이상할 정도로 창피했다. 놀림을 받아서는 아니었다. 그보다는, 나와 이름이 같고 나이도 같은데다가 같은 반에 배정된 사람이 있다는 게 이상하게 나를 움츠러들게 했다. 사실 얼굴도, 성격도, 취미도, 특기도 다 다른데, 나랑 똑같은 사람이 한 명 더 있는 것만 같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서연이들도 이름만 같을 분, 얼굴도, 성격도, 취미도, 특기도, 모두 다르다. 사는 집도, 처해진 상황도 제각각이다. 그렇게 각각의 이야기들은 저마다의 매력이 있다. 이야기는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진행된다.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환상인지 헷갈릴 정도다. 삽화도 적절하게 들어가 있어서,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적절한 글씨 크기와 자간의 깔끔한 편집도 아이들이 읽기에 좋다. 책상 위에 올려둔 이 책을 본 아이들이 벌써부터 읽고 싶다고 아우성이다. 이제 다 읽었다. 아이들이 읽을 시간이다.
아이들의 이름을 힘차게 불러 주고 싶게 만드는 동화집 너, 서연이 알아? 는 이름은 같아도 저마다 다른 삶을 사는 여섯 명의 서연이를 통해, 사람은 모두 같으면서도 전혀 다르다는 것, 동질성과 자기만의 개성이 공존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보여 주고 있어서 오래도록 이야기를 곱씹어 보게 만든다. 또한 ‘안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해 왔던 일 혹은 사람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줌과 동시에, 제대로 알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때 비로소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깨달음을 전해 준다.무엇보다 사회적인 이슈와 서글픈 현실을 자극적으로 보여 주기보다는 아이들의 눈높이에서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담백하게 녹여 내면서도 동화의 기본기와 미덕을 고루 갖추고 있어 더욱 미더운 작품집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뻔뻔한 세상에서, 어른들이 쉽사리 잊는 혹은 외면하는 문제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음에도, 의연하게 자신의 이름을 책임지며 자라는 모든 아이들의 이름을 힘차게 불러 주고 싶은 마음이 독자들의 가슴에 출렁이기를 바란다.
돌아라 초밥, 불어라 바람
차가운 벽
어느 기억
주문을 외워
비교 여왕 만세
보았어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