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도 들어가지 않은 어린 아이의 시 한편부터 감상하고 시작하자.바람아.새야.모래의 심장아나에게 오렴.꽃아손 흔드는 나무야나에게 오렴.이 시는 이 책의 작가인 김선영님의 딸인 정연이의 시란다. 학교에 들어가기전에 이런 시를 지을 수 있다니.. 엄마가 대신 써준게 아니라면 이 아이의 감수성은 왠만한 어른들보다 낫다는 생각이 든다. 시골에 살아서 이렇게 감수성이 예민해진건지 그엄마에 그딸, 모전 자전인건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내가 이 시를 읽으며 감동받았다는 거다.(사진이랑 같이 보면 더욱 그러하다)가족의 시골은 도시를 떠나 안동의 300년된 고택으로 내려가 살기로 결심하고 그 결심을 실천에 옮긴 용감한 부부와 딸의 이야기다. 이내 둘째가 생겨 4인 가족이 되었지만 다른 실용서처럼 시시콜콜하게 집 고르는 법, 수리하고 인테리어 하는 이야기, 살아보니 어떻더라..하는 이야기와는 전혀 결을 달리하는 에세이 집이다.이 책은 남보다 더 뛰어난 관찰력과 감수성을 가지고 생활을 충실히 살아가는 사람의 일기장 같은 것이다. 가구를 만드는 실용적인 직업을 가진 탓인지 거북한 감상이나 너무 나갔다 싶은 예술가적 허세같은 것이 없다. 그저 소박하고 담담한 가운데 맑게 빛나는 감수성이 독자의 가슴에 스며든다. 이슬처럼, 보슬비처럼..그래서 아, 오늘 하루도 힘들고 팍팍했다.. 싶을때 꺼내서 몇줄이라도 읽으면 좋을 책이 아닐까 싶다. 도시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고 생활에 치여서 이렇게 사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을때 읽어도 좋겠다. 이 책의 저자라 해서 하루하루가 천국이고 파라다이스 이겠는가. 하지만 담담히 돌아보면 우리 대부분의 일상이며 일이라는 건 그렇게 못버틸 일들의 연속만은 아닌걸 우리도 잘 알고 있다. 문제는 그걸 일깨워줄 사건이나 사람이 곁에 없다는 것. 그럴때 이 책을 권한다.정연이는 딱 우리 며느리 삼고 싶을만큼 사랑스러운 아이다. 소녀라서 그런지.. 아직 인간보다는 찢고 까불고 날뛰는 동물에 가까운 우리 아들들을 보다보면 어찌나 어른스러운지. 딸키우는 기쁨을 대리만족할 수 있어서 역시 좋았다.시골에 내려가 살라고 하면 벌레에 낡은 집을 드나드는 외풍에 몸으로 하는 노동에 익숙하지 않은 이내 몸은 생각도 해보기전에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 일이지만.. 이렇게 멋지게 살아가는 친구나 사돈이 있는건 얼마나 좋은 일일까 싶다. 하지만 이 책을 덮으며 내가 느낀 건 시골에서 한적하게 살고 싶다는 욕망보다는 역시 가족끼리 화목하게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가에 대한 자각. 그건 굳이 시골일 필요도 없고 지금 여기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올해의 결혼 기념일에 아내에게 줄 선물로는 이 책이 좋겠다.PS : 김선영님의 블로그는 여기. 직접 만든 수제 가구를 주문할 수도 있다.http://thetable.co.kr/
지금 가족과 함께 시골생활을 꿈꾸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가족의 시골 은 300년 된 고택에서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가족의 3년간의 일기를 모은 책이다. 도시에서는 작가로 감독으로 살아가던 부부가 가구를 만드는 목수의 삶을 선택하고 펼쳐지는 시골생활은, 한번쯤 이런 삶을 꿈꾸었던 이들에게 잔잔한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주하고 첫 해, 외롭고 힘들었지만 젊은 부부를 위해 이른 새벽 대문 앞에 열무를 두고 가시는 이웃할머니, 예쁘라고 마당에 꽃씨를 심고 가시는 마을어른신 등 작가는 서서히 이들의 삶 속에 동화되어 가는 자신을 느끼며 진정한 연대가 무엇인지 일기를 통해 반추해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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