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 (1) 썸네일형 리스트형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 촐촐히 내리는 빗줄기 사이로 반듯하게 잘라 둔 두부모처럼 정비된 논에는 초록 벼들이 행렬을 이뤄 서있다. 일정한 간격 아래 높이를 맞추듯 서 있는 벼들은 간간이 부는 바람에 몸을 맡기며 하늘거린다. 도랑 사이의 개구리들은 무엇이 그리도 서러운 지 소리 내어 운다. 물비린내를 머금고 내리는 비는 그칠 줄 모르고 그윽이 가라앉은 마음은 아스라이 피어오르는 20대 추억의 한 장면을 돋운다. 1967년생인 우리는 십 리를 걸어 다니며 면소재지에 있는 중학교를 졸업한 뒤 산업체 학교, 읍내 혹은 도시 평준화 고등학교로 진학해 도시생활자로 사는 일이 쉽지 않았다. 일하면서 학교를 다니느라 바쁜 친구들은 명절에나 얼굴을 겨우 볼 수 있어 만났다 하면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를 풀어내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대학 .. 이전 1 다음